그 뒤로 봉길은 종종 화림의 반에 찾아갔다. 손에는 매점에서 사온 음료수나 간식거리들이 항상 들려 있었고, 처음에는 민망해하던 화림도 어느새 그 호의들을 익숙하게 받아들였다. 그날도 그런 날이었다. 손에 똑같은 음료수 두 개를 들고 화림의 반으로 향하던 날. 화림이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봉길은 그가 그 음료를 가장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문 앞...
청헤 화림봉길. 개적폐날조 포타입니다. * 1학년 야구부 윤봉길. 개학을 한 뒤로 화림이 가장 많이 들었던 이름이었다. 얼굴도 모르는 남자애 이름을 이렇게 많이 들을 줄은 몰랐는데, 게다가 그런 경험을 고3이 되어서 하다니. 올해 3학년이라는 놈들이 공부에는 관심 없고, 온 관심이 1학년 걔에게 쏠려 있었다. “키 크고, 개잘생겼어. 나 이 학교 와서 그...
파묘(2024), 화림봉길 스포일러 有 - 넷 중에 술이 가장 약한 봉길은 오늘도 가장 먼저 휘청거리며 방으로 들어갔고, 머리를 바닥에 대자마자 그대로 잠들었다. 그 상태로 아침까지 푹 자고 일어났으면 좋았을 텐데. 바깥의 저 셋은 새벽 늦게까지 떠들어댔고, 그 덕에 봉길은 새벽이 한창인 시간에 잠에서 깨고 말았다. “어우….” 숙취와 선잠 때문에 핑핑...
파묘(2024), 화림봉길 - 그 날은 뭔가 이상했다. 아니, 그 날‘만’ 이상했다기엔 그 상태가 여태껏 지속되고 있으니 그렇게 말할 수도 없었다. 그러니까 그 날부터라는 표현이 가장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뭐가 됐건, 그날이 기점이라는 건 확실했다. 작일, 지방 멀리 출장을 갔다가 새벽 늦게 돌아온 주말의 낮이었다. 화림은 뻐근한 어깨를 앞으로 돌렸다가,...
“어? 여기에 이런 게 있네?” 사람이 많이 없는 해안가는 고요하면서도 소란스럽다. 거세게 긁어대는 파도 소리와 해안가 근처 횟집에서 틀어대는 시끄러운 가요가 섞여 묘하게 어울린다. 그런 해안가의 밤을 걷던 둘은 밝은 천막을 발견했다. 이런 해안가에는 이런 천막이 있기 마련이다. 천막 한쪽 빼곡하게 붙어 있는 풍선들과 경품으로 보이는 인형들. 그리고 그 ...
“바다에 가고 싶어!” Y는 눈을 반짝이며 S를 바라봤다. 슬슬 녹고 있는 아이스바를 다시 입에 넣으려던 S는, 아이스바를 들고 있던 손을 멈칫했다. 그리고 무표정하지만 미묘하게 황당해하는 얼굴로 Y에게 시선을 돌렸다. “웬 바다…?” “이제 여름방학 시작하면 엄청 더울 거고, 더울 때 갈 만한 곳 하면 당연히 바다 아니야?” “너무 뜬금없….” 바다...
모든 모험은 첫걸음을 필요로 하지. -루이스 캐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그날은 분명 이상한 날이었다. 날씨는 유난히 맑지도, 흐리지도 않은, 특별할 것 없이 적당히 푸르른 모습을 하고 있었고, 소녀가 일어난 시간은 평소와 같은 여덟 시 정도였다. 이렇게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날이 분명한데도 직감적으로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다니, 그렇다는 건 무언가 정...
오늘은 뭐가 계속 안 맞네…. 편의점의 알록달록한 어닝을 타고 빗방울이 떨어졌다. M은 제 손바닥 위로 떨어지는 그 빗방울을 보며 아침부터의 일을 되새겼다. N을 만났을 때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정말 딱 거기까지였다. 미리 찾아둔 식당을 갔는데, 상상 이상으로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둘은 뭐, 이 정도는 기다릴 만하다며 합의했고, 그 미적지근하...
“아….” 대충 뽑은 종이에는 ‘당첨’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나만 들릴 법한 탄식을 내뱉곤, 까만 칠판을 다시 보니 아까 봤던 흰색 글씨가 명확했다. 당첨: 1인실. 혼자 방을 쓰게 되며 느낄 외로움에 대한 염려보단, U와 함께 2박가량을 보내지 못하게 될 것이 못내 아쉬웠다. 1인실이 아니었다면 방을 바꿀 수라도 있었을 텐데, 고등학교 첫 수학여행...
E는 아침부터 내내 고집불통이었다. “크리스마스 파티 하자니까!” E가 이렇게 외치자, 누워서 TV를 보던 Z는 늘어지게 하품하며 ‘귀찮은 걸요’ 하고 답했다. 그 건조한 대답은 E가 갖고 있던 크리스마스 파티에 대한 환상과 로망을 꾹 짓밟았다. 그도 그럴 것이 12월에 들어서기도 전부터 온 세상이 당장 내일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것마냥 굴고 있었던 것...
키워드: 엠프렉, 유산 “허억… 헉….” 나카하라 츄야는 병원 미닫이문 앞에 서서 숨을 가쁘게 골랐다. “나카하라 씨, 지금 아쿠타가와 씨가….” 쿵쿵대는 심장 소리와 그를 정신없이 달리게 만든 전화 너머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반복되며 시끄럽게 머리를 울렸다. 여유로운 오후, 나카하라의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오늘 아쿠타가와와 함께 현장을 나갔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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